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피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명운을 건 첫 번째 법정 싸움에선 윤 총장이 이겼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명령한 직무배제에 대해 법원이 집행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1일 오후 4시 30분경 윤 총장이 제기한 직무배제 집행정지 사건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윤 총장은 본안 소송의 확정 판결 때까지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했는데, 법원은 1심 판결이 나온 뒤 한 달까지만 효력을 정지했다.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법무부 징계위원회나 본안 소송 등에서도 윤 총장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 “직무배제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 초래”
재판부는 이 사건이 행정소송법에서 규정한 집행정지의 2가지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와 긴급한 필요가 인정될 때 등을 모두 충족시킨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은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자리라는 점에서 검찰에 대한 지시와 명령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다”면서도 “그런데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입법자는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고, 일단 임명되고 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한다”며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필요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직무배제에 국한된 판단…법정 싸움의 시작
법원은 ‘재판부 사찰 문건’ 등 법무부가 윤 총장을 직무배제하며 내세운 주요 이유들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사건은 행정처분(직무배제)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효력이나 집행 등을 정지할 필요가 있는지만 판단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향후 본안 소송에서 재판부가 법무부의 징계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이날 결정은 앞으로 윤 총장과 추 장관이 벌일 쟁송의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사건은 징계 청구에 앞선 행정 절차인 ‘직무배제’를 정지시킨 효력만 있기 때문이다. 4일 열릴 예정인 검사징계위원회에서 해임, 면직, 정직 등 중징계가 내려지면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처분을 취소하는 본안 소송과 징계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 사건을 동시에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금일 법원의 결정은 직무정지라는 임시조치에 관한 판단에 국한된 것으로,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 사건의 재판장을 맡은 조미연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27기)는 2010년 8월∼2012년 2월 서울고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같은 재판부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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