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그린뉴딜보다 생존뉴딜
③ 농민기본소득
③ 농민기본소득
도시의 동에서 읍·면으로 이주하면
모두 ‘귀촌’으로 분류하는 통계 탓에
아파트 살며 서울로 출근해도 귀촌인
귀촌인은 느는데 농촌은 소멸 위기
서울 1㎢ 인구밀도 전국 평균 251배
농민 수 농촌 인구 감소보다 가팔라
농업·농촌 지키려면 기본소득 절실
지역균형뉴딜에 농업·농촌 언급 없어
2009년 311만7천여명이던 농가 인구가 2019년 224만5천여명으로 감소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전남 보성으로 귀농한 청년 농부 한진희씨가 지난달 농부가 된 뒤 처음 수확한 수수. 한진희 제공
그야말로 ‘탁상 통계’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귀촌인 통계를 잡는 방식 때문이다. 도시의 동 지역에서 읍·면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는 모두 ‘귀촌’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정부 통계를 보면, 2019년 전국에서 가장 귀촌을 많이 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경기도 남양주시(1만8937명)였다. 경기도 화성시(1만7899명), 경기도 광주시(1만6147명), 대구 달성군(1만4367명), 충남 아산시(1만2373명)가 뒤를 이었다. 모두 대도시 주변이고 새로 아파트를 짓는 곳들이다. 이 지역들의 읍·면을 편의상 농촌으로 분류한 탓에 이곳의 읍·면에 지은 아파트로 이사하면 뜻하지 않게 ‘귀촌인’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통계를 잡다 보니 대한민국의 귀촌 인구는 과대포장되어 있다. 정부 통계상으로 2019년 1년 동안 귀촌 인구는 44만4464명에 이르렀다. 2018년에도 귀촌 인구가 47만2474명이었던 것으로 나온다. 이 통계대로라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 가까이가 매년 도시에서 농촌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진짜’ 농촌 지역에 가보면 인구가 줄어들어 ‘지역 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귀촌 통계는 이런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탁상 통계’인 것이다. 귀촌 통계의 문제점은 2018년 한국통계진흥원이 작성한 ‘정기통계품질 진단 결과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보고서에서는 ‘실질적으로 귀촌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포함되어 귀촌 인구가 과다 포집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좀 더 세부적인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 실태를 파악하려면 면 지역의 인구 추이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읍만 하더라도 도시화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면 지역의 인구통계를 보면, 인구 감소 추세는 매우 심각하다. 전국의 면 지역 인구는 2010년 509만7천여명에서 2020년 467만8천여명으로 줄었다. 10년 만에 41만9천여명이 감소한 것이다. 1개 면의 평균 인구도 2010년 4241명에서 2020년 3958명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전국 1182개 면 지역의 평균 인구밀도는 1㎢에 63.49명이다. 반면 서울의 인구밀도는 1㎢에 1만5964명에 이른다.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 서울의 인구밀도는 면 지역 평균 인구밀도의 251배다. 이렇게 집중된 인구는 주택, 교통, 교육, 환경 등 각종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한다. 가령 정부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려고 해도, 땅값이 비싼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너무 많은 재정이 들어간다. 교통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중심으로 더 많은 주변 지역에서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끊임없이 공사를 벌일 수밖에 없다. 농촌 인구의 과소화와 수도권 인구의 비대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_______
급속하게 줄어드는 농민 한편 농민 수는 전체 농촌 인구의 감소 추세보다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 2009년 119만5천여가구에 311만7천여명이던 농가 인구는 2019년 100만7천여가구에 224만5천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매년 8만7천여명씩 감소한 셈이다. 그런데 ‘귀촌’이 아니라 농촌에 가서 실제로 농사를 짓겠다는 ‘귀농’ 인구는 2019년 1만6181명에 불과했다. 귀농인이 과거보다 늘었다고 하지만, 줄어드는 농가 인구의 5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수인 것이다. 게다가 농가 인구 중에서 65살 이상의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더 암울하다. 2009년 34.2%였던 농가 인구 중 65살 이상 비율은 2019년 46.6%로 치솟았다. 이 수치는 앞으로 농가 인구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통계는 농촌과 농업의 미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든다. 먹지 않고 살 수 없듯이, 농민이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농사지을 농민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귀농을 해도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며 농사에 적응하는 데만 여러 해가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초 귀농한 청년 농부 한진희씨가 지난 6월 자신의 수수밭을 일구고 있다. 한진희 제공
뉴딜도 버린 농업·농촌 좀 더 나아가서 농촌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도 검토되고 있다. 농촌에는 농민만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기본소득의 지급 대상을 농촌 주민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농촌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려면, 복지·환경·문화·교육 등 다양한 일을 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만약 농촌주민기본소득이 효과를 봐서 인구가 분산되면, 인구 집중으로 인한 많은 문제가 해소될 수 있으므로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경기도는 내년에 1개 면을 선정해서 그 지역의 전체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경철 박사(충남연구원)는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 건설이 국가균형발전 1.0이고,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국가균형발전 2.0이라면 국가균형발전 3.0은 이제 농촌기본소득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13일 대통령과 전국의 시·도지사들이 모여서 논의한 ‘지역균형뉴딜’에서도 농업과 농촌 얘기는 빠져 있다. 국회에 제출된 2021년 예산안에서도 농민기본소득은 아예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린뉴딜에서 ‘그린’이 빠졌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절박한 농업·농촌의 현실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이라도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하승수 녹색전환연구소 기획이사 _____________________
[인터뷰] 귀농 1년차 농부 한진희씨
한진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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