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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원전수사 절제있게 진행해 정치적 논란 줄여야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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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1호기 수사가 급류를 타고 있다. 원전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작년 말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관련 내부 자료 삭제 의혹에 연루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이 구속되면서다. 4일 대전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과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산업부 공무원 2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것이 발부 이유다. 구속된 국장급 공무원 A씨는 삭제를 지시하고 서기관급 하급자 B씨는 삭제한 혐의다. 정황상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가 될 법한 자료들을 미리 없앴다는 의심이다.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원전 경제성이 저평가되게 하려는 과정에서 범법이 저질러졌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대통령 공약 사항과 국정과제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관련 업무를 하다가 불법 혐의로 구속된 것은 불행한 일이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되 동시에 절제 있는 수사를 통해 '윤석열 검찰'이 정권과 맞서는 데 이 수사를 지렛대로 삼고 있다거나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불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속된 공무원들 역시 신내림을 받아 자료를 삭제하게 됐다(B씨)는 황당한 진술로 시중의 웃음거리가 되지 말고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마땅하다.

둘의 구속으로 검찰의 칼끝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에게로 향하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료 삭제가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대목에서 검찰은 중립적이지 않다는 등속의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 요구된다. 피의 사실이 중간에 새 나와 논란을 키우지 않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탈원전 에너지 전환'이라는 정책 사안은 정부 철학이 녹아든 국정 과제이자 공약 사항이므로 그 자체를 시빗거리 삼는 듯한 수사로 비치게 해선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국가 대계인 에너지 정책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합리성이 훼손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경제성은 여러 부문을 망라하는 종합적 정책 판단 요소 중 하나일 뿐이란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전은 게다가, 폐기물 관리와 처리 등까지 포함한 전후방 운용 비용과 사고 발생 시 무한대 위험까지 고려할 경우 경제성조차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에너지원임도 간과해선 안 된다. 결국 검찰 수사는 경제성 저평가를 위한 서류 폐기 등과 관련한 혐의 확인과 범법 여부 판단에 집중돼야지 정치와 정책 영역을 침범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원전 수사로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정치 과열이 걱정이다. 수사가 오래갈수록 검찰이 정치를 흔드는 일은 길어질 텐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 검찰을 불신하는 더불어민주당은 "표적·정치 수사가 대한민국 공직사회를 거꾸로 들고 흔들고 있다"면서 검찰의 검찰권 남용이라고 비난한다. 반면 윤석열 검찰을 선택적으로 응원하는 국민의힘은 '(월성 원전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하느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된 '무리수'라고 월성 원전 사건을 규정하면서 여권을 공격하는 주요 소재로 삼는다. 공직자들의 잘못에는 애써 시선을 두지 않고 '기승전 검찰개혁'으로 검찰을 몰아붙이는 여당이나, 어떻게든 '기승전 대통령'으로 대통령까지 물고 들어가 사건을 키우려는 야당이나 모두 열기를 가라앉힌 채 수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직무 복귀 일성으로 밝힌 대로 국민의 검찰임을 오로지 올바른 수사 지휘를 통해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검사 독립성과 수사 중립성을 위해 대권 여론조사에 자기 이름이 더는 오르지 않게 하고 퇴임 후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히는 것이 옳다. 윤 총장의 '검찰정치'에 대한 세간의 의심이 지속하는 한, 그가 복귀 후 출근 첫날 먼저 챙긴 것이 원전 수사인 것이나 대전지검이 그의 복귀 후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모두 더 큰 오해를 살 수 있음을 모를 리 없다면 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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