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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 우리 삶 바꿀 '입법의 골든타임'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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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의 시간―①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리 삶 바꿀 ‘입법의 골든타임’

국감 일정 마무리한 첫 정기국회
민주당, 세밀한 입법 전략 필요
촛불혁명이 요구한 개혁 과제들
이뤄낼 최적이자 최후의 시간

민생 놓친 과거 정권 교훈 삼아
코로나 시대 준비할 ‘밑돌’ 놔야

이제 입법의 시간이다. 4월 총선에서 전례 없는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슈퍼 여당’으로 맞이한 첫 정기국회가 국정감사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입법의 골든타임’이 시작된 것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후보 경선 등 내년에 예정된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정기국회는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미완의 사회개혁 과제를 선별하고 정교화해 입법으로 마무리할 최적의 시간이다. 그런 만큼 민주당에 한층 정교한 입법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기국회의 입법 작업이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밑돌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코로나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불평등을 완화하고 공공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시장의 구조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촛불’보다 더한 ‘코로나19’가 터졌다. 재난적 상황에서 시민의 삶을 어떻게 지켜내고, 사회를 바꿔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여권이 추진할 개혁입법들에 대해 코로나 시대의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민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코로나 시대에 더욱 취약한 처지에 내몰릴 노동 약자들의 삶과 결부된 중요한 법안이다.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기업에 형사 책임과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도록 하는 이 법안은 사람 목숨이 안전 투자 비용보다 더 헐값으로 계산되는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정의당은 물론, 민주당도 연내 입법을 목표로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최근 박덕흠 의원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백억원대 건설공사를 수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급부상했다. 여야 모두 원론적으로는 공감하고 있는 이 법은 공직자의 사익 추구 차단이라는 목표 외에도 재난 돌파 과정에서 기본이 돼야 할 공동체의 공적 신뢰를 회복한다는 의미가 크다. 민생입법 과제 중 1순위에 올라 있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을 놓고 민주당 내부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기국회 내에는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차별금지법의 경우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상민 의원이 총대를 메고 법안을 준비 중인데 동료 의원들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만 계류돼 있다. 개혁 과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과거 정권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늘 민주당은 ‘개혁과 민생’ 투트랙으로 가다가 어느 순간 개혁입법이 주인공이 되면서 민생입법까지 놓쳤다. 민생입법을 성공해 시민의 지지를 끌어올린 다음 야당에 타협을 요구해 실질적인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 개혁은 ‘입법’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되돌아가지 않으려면 높은 국민적 동의를 기반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죽지않고 일할 권리” 20년 외침…국회, 연내 입법으로 답하라 사고 기업 솜방망이 처벌
이천 창고 화재 38명 숨졌는데
과실치사 기소는 팀장급 1명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인명사고 때 형사처벌 강화하고
3~10배 징벌적 손배 묻도록 해
미리 안전 유도하자는 취지
입법 논의 어디까지 왔나
정의당·노동계안 발의된 상태
이낙연 대표도 “법제정” 약속
올해안 입법될 가능성도 점쳐져
지난 4월 경기도 이천의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화재위험이 높은 우레탄폼 발포 작업과 배관 용접 작업을 한 공간에서 진행하다가 불티가 튄 탓이었다. 발주처의 집요한 ‘공사기간 단축’ 요구로 시공사와 하청·재하청업체가 한꺼번에 돌관공사(공기 단축을 위해 24시간 집중적으로 공사를 하는 것)에 돌입한 것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 됐다. 당시 경찰은 “원청과 발주처에 그 어떤 사건보다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고 별렀지만 공소장은 초라했다. 기소된 사건 책임자 9명 가운데 발주처 소속은 경영기획팀장 1명(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이 전부였다. 안전보건 조치를 줄줄이 어겨서 터진 산재인데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는 말단 관리자인 시공사 현장소장과 재하청업체 사업주 둘뿐이었다. 책임 있는 자는 피해 가고 일선 관리자에게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현행 산안법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만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있었다면 달랐을까? “부실한 안전관리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한 원청 사업주까지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 테고 원청 기업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겠죠. 어쩌면 무거운 처벌을 피하려고 원청이 애초에 규정을 잘 지켜 사고가 안 났을 수도 있고요.” ‘21대 국회의 정의당 제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대표발의한 강은미 의원의 설명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의 역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의 역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이 사업장이나 다중이용시설·대중교통에 대한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해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기업에 형사책임과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도록 하는 특별법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부담해야 할 사고처리 비용이 안전관리 비용보다 더 많이 들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안전관리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이 법은 법적 노동자뿐 아니라 임대·용역·도급·위탁 등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들’ 대다수에게 적용된다. 19대·20대 국회에서도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발의됐지만 거대 양당의 무관심 속에 자동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는 강 의원이 발의한 정의당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본부가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발의한 노동계안이 발의되어 있다. 강 의원이 낸 정의당안은 노회찬 의원안을 뼈대로 중대재해 정의를 구체화하고 전체적으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 사업주가 유해·위험 방지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천만∼10억원의 벌금에 처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면 손해액의 3∼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내용이다. 지난 7월 나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는 정의당안의 의무 내용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거나 처벌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담겼는데 정의당은 “수용할 내용은 수용하고 반박할 내용은 반박하면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는 태도다. 현행 산안법은 산재 사고가 터질 때마다 땜질식 개정을 거쳐왔지만, 여전히 법적 노동자가 아닌 도급용역노동자를 보호하기 어렵다. 처벌도 지나치게 가벼워 산재 예방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애초 산안법은 법규 위반에 대한 규율이 목적이지, 기업에 산업재해 책임을 물리는 법이 아니다”라며 “기업 범죄를 제대로 처벌할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981년 제정된 산안법은 2006년에 이르러서야 노동자 사망에 따른 벌칙을 도입했다. 그마저도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로 벌칙 조항을 무력화해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00년대 초반부터 노동계가 주창해온 ‘구호’였지만 21대 국회에서는 ‘법률’로서 결실 맺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몇년간 산재 사망 사고와 대형 참사가 이어지며 ‘기업 살인’에 대한 국민들의 법감정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올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청원’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지난 9월 법사위로 넘겨진 것도 변화의 증거다. 더불어민주당이 입장 변화를 보인 점도 큰 진전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줄곧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약속하면서 연내 입법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구체적인 법안을 준비 중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만나 “산업안전, 다중이용시설 안전, 제조물 안전 등을 나눠 개별법들을 묶음으로 발의하려고 했으나 의견 수렴을 해본 결과 특별법을 제정하는 쪽으로 진행하기로 방향을 틀었다”며 “쟁점이 큰 법안인 만큼 당 정책위원회와 조율해 전략을 짤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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