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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실효세율 떨어지는 부작용 외면
집값 올라도 세금은 덜 내겠단 말
세금은 국회가 세율 조정해 풀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2030년까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90%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야당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현실화는 사실상 증세다’, ‘세금폭탄이다’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시가격이 시장가격보다 크게 낮은 탓에 보유세 실효세율이 떨어지고 조세 형평성이 저해되는 등 부작용이 컸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세부담 증가 문제는 필요하다면 국회가 세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28일 전날 공개된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시안’에 대한 논평을 내어 “공시가격을 올려 실질적 증세 효과를 거두겠다는 심산”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공시지가 인상폭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할 방침도 세웠다. 송석준 국민의힘 부동산시장정상화특위 위원장은 “공시지가가 급격히 상승해서 실제 세율 상승보다 더 많은 국민 부담으로 지워지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위반으로 보고 있다”며 “공시지가 인상폭에 상한을 두는 내용이 담긴 부동산공시법 등을 포함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공시가격 인상폭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의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부동산공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세가 10% 뛰어도 공시가격 인상폭을 5%로 조정해 보유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시세보다 하향 조정된 공시가격이 보유세 실효세율을 낮추고, 조세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은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2019년 기준 3억원 미만 주택의 현실화율이 68.6%인 데 반해 9억~15억원대 주택 현실화율은 66%대로 오히려 저가 주택의 현실화율이 더 높은 ‘역전현상’도 벌어진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합의해 지난 4월 ‘부동산공시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부동산의 적정한 가격형성과 각종 조세·부담금 등의 형평성을 도모’라는 제정 목적을 1조에 담은 법은 공시가격을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으로 규정하는데, 사실상 ‘시장가격’이다. 미국 국제과세평가사협회(IAAO)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90~110%에 있을 때 시장가격을 적절히 반영한 과세가 이루어진다고 본다(‘부동산 보유세 개편과 과세표준 현실화 정책’,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덴버는 현실화율이 101.3%,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100%,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90~100% 수준이다. 반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은 토지 65.5%, 단독주택은 53.6%, 공동주택은 69.0%에 그친다. 한국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7%(2017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39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허수아비’ 공시가격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실거래가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공시가격이 있어야 국회가 정한 세율에 따라 세부담이 정확하게 나오는 조세법률주의가 실현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과 시장가격의 괴리를 최소화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5월 국토교통부는 ‘2016년부터 부동산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가격 공시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의 공시가격 개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증세’라는 프레임 앞에서 번번이 좌절됐고, 2019년에야 공시가격 산정에 실거래가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변호사)은 “근로소득은 오르면 오른 만큼 세부담이 느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부동산에 대해서는 그런 인식이 없다”며 “공시가격이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해서 부동산 가격과 세부담을 연동해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 부담이 과도하다는 데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행정 가격인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게 아니라 국회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5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를 목표로 잡고 2017년에 90.7%를 달성한 대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시안’ 연구용역을 맡았던 이형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만은 공시가격 현실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율 조정 과정이 있었다”며 “공시가격은 시장가격을 반영하고, 세금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시스템이 생긴다”고 말했다.
‘증세’, ‘세금폭탄론’ 등이 거론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로 당장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주택은 고가 주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산출한 예상 세액을 보면, 시세 2억원 주택의 보유세는 올해 대비 2023년 3만원(19만원→22만원), 8억원은 54만원(132만원→186만원), 21억원은 603만원(737만원→1340만원) 늘어난다. 특히 그동안 시장가격보다 하향 조정된 공시가격으로 세부담 완화의 혜택을 누렸을 것으로 보이는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이 35만호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4월 국토부가 발표한 전국 공동주택 가격 자료를 보면, 시세 기준 9억원 이상 주택은 전국 66만3383호로 전체 주택(1382만9981호)의 4.8%였으나 공시가격 기준으로는 30만9642호로 2.3%에 그쳤다. 주택 가격이 급등할수록 시세와 공시가격 격차가 커지는 것도 문제다. 실제 주택공시가격 제도가 도입된 2006년 이후 최근까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을 비교해 보면, 은마아파트가 10억원을 돌파(2015년 12월)한 뒤 책정된 2016년 공시가격은 6억7900만원이었는데, 20억원을 돌파(2019년 12월)한 뒤 매겨진 2020년 공시가격은 13억9200만원이었다. 시세 10억원일 때 3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이 차이가 6억원으로 2배가 된 것이다. 현실화율은 67.9%에서 67.6%로 제자리걸음이다. 박준 서울시립대 교수(국제도시과학대학원)는 “공시가격 현실화는 세금 차원에서 보면 그동안 덜 내왔던 부분을 제대로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또 공시가격은 세금 말고도 60여가지 행정적 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세부담과 관련 없이 시세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게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김미나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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