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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입법 멀어지는 중대재해법…산재 유가족들 “희망이 헛것이 됐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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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에서 정의당과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 산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위하는 동안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에서 정의당과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 산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위하는 동안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첫 정기국회가 문을 닫는 9일 낮, 정석채(35)씨는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고 정순규(당시 57)씨 사건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이날은 당시 사고의 책임이 있는 회사(경동건설)와 안전관리자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는 날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선고기일은 새해인 다음달 13일로 연기됐다. 선고 직후 열릴 예정이었던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그렇다고 정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서울 여의도에선 174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회기 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가 어렵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터였다. “10월엔가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얘길 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하겠다고 했을 땐 정말 큰 희망을 품고 있었어요. ‘아, 이렇게 되면 올해는 꼭 이 법을 제정할 수 있겠다’고요. 그런데 지금(정기국회 마지막 날)에 와서 봤을 땐 그 희망이 헛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산재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정치권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약속은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는 일”이었다.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기업이 노동자의 안전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인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앞서 검찰은 정씨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 산안법 위반 혐의를 물어 경동건설 현장소장, 안전관리자와 구조물공사 업체 현장소장에게 각 징역 1년6개월과 금고 1년을 구형했다. 원청으로서 안전보건 조처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법인(경동건설)에도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통상 검찰의 구형에 견줘 법원은 낮은 수준의 형량을 선고하는 편이고, 상급심까지 갈 경우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더 가벼워질 가능성이 크다. 정씨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원·하청업체 경영책임자 처벌을 강화해야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지난해 10월 부산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산업재해 사고로 아버지 고 정순규(당시 57)씨를 잃은 아들 정석채(35)씨가 원청 현장소장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부산운동본부 제공
지난해 10월 부산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산업재해 사고로 아버지 고 정순규(당시 57)씨를 잃은 아들 정석채(35)씨가 원청 현장소장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부산운동본부 제공
국회에선 정씨와 같은 산재 유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7일부터 ‘72시간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해 4월, 경기 수원의 한 건설현장 추락사고로 남동생 고 김태규(당시 25)씨를 잃은 ‘태규 누나’ 김도현(30)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7일과 8일 이틀 동안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을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호소했다.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말로만 약속”하는 국회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국민의힘)은 ‘야당 힘만으론 부족하니 여당에 가서 얘길하라’고 해요. 김종인 비대위원장(국민의힘)은 ‘네네’ 알겠다고만 하고요. (산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장철민 의원(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대하지는 않는데, (산재 사고로) 수십 명이 아닌, 한두 명씩 사망하는 사고에는 ‘중대재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데요. 1년에 2400명이 산재로 죽는데, 어떻게 중대재해가 아닐 수 있나요?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한정애 의원은 그저께 티브이(TV) 토론에서 만났는데 ‘할 거다. 그런데 뺄 게 너무 많다’고 해요.” 김씨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정치권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지난 8일 여당의 주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처리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장에서 그가 본 한 장면은 이런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법사위에 들어오는 의원들한테 유족들이 ‘회기 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꼭 통과시켜주십시오’라고 인사를 해요. 그런데 한 의원이 저한테 손가락 하트를 하고 가는 거예요. 너무 어이가 없었죠. 법사위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 너무 처참해요.” 정기국회 종료 다음날인 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연내 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내후년 대선과 지방선거 일정 등을 고려하면, 내년 정기국회에서의 처리 가능성은 더욱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도 중요하지만, 생명과 안전을 지키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가 그에 밀린 양상이 안타깝다”며 “공수처법 같은 여야 쟁점법안도 아닌데, 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가 안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우선은 임시국회까지 최선을 다해 의원들에게 제정 촉구를 호소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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